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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말은 평화주의자이며 영성가이고 시인이셨던 故 함석헌 선생께서 남기신 시 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애송하는 시의 제목이다. 지금까지도 마음 깊은 곳에 잔잔히 와닿는 다음의 한 시구는 나의 인생과 인간관계의 지표가 되었다.
‘탔던 배 꺼지는 순간/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살아다오’ 말해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사람이 한 세상을 얼마나 가치있게 살았는가’라는 인생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내가 과연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의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나간 나의 삶을 돌이켜 볼 때 과연 나를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일들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며 분노하게 하였는가.
또한 나를 가슴 설레게 하고 감격하게 만든 일들은 어떤 것들이었는가. 무엇이 나에게 인생의 의미를 가져다 주었는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하였는가.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배경이나 학식이나 재물,외모,건강이 아니다. 단 한 가지,그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과 그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도 죽어가는 상황에서조차 서로 구명대를 사양할 그런 사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비전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현실 불가능한 일일까.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가게 될 때 ‘저 사람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감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나는 떠올릴 수 있을까? 과연 지금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런 만남을 갖고 있는가? 내가 죽은 후에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며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게 될까? 나는 이런 물음들이 우리 각자가 자신에게 진지하게 꼭 물어봐야 할 매우 가치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들은 우리 마음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신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이유 자체를 묻는 질문이 된다.
오제은(숭실대 교수)